IT서비스 기업을 위한 경영학 (8) - IT서비스 기업의 표준 사업 프로세스(Service Engagement Process): 마케팅 및 판매 프로세스
- 박준성 박사: Univ. of Iowa 종신교수, 삼성SDS CTO, KAIST 초빙교수
- Jul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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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호: IT서비스 기업의 올바른 경영 모델 (https://www.kosta-online.com/post/it-service-business-model)
IT서비스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한 산업 또는 기업의 Value Chain은 그 산업 내 기업의 Top-Level 경영 프로세스로서 기업이 고객에게 차별적 가치명제(Value Proposition)가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 연구개발, 마케팅, 생산, 판매, 사후 지원하는 과정을 정의한다. IT서비스 사업은 Engineer-to-Order(ETO) 내지 Make-to-Order(MTO) 유형의 사업으로, 대부분의 제조업처럼 솔루션을 미리 만들어 놓고(Make-to-Stock: MTS) 판매하는 게 아니고, 고객 별로 솔루션을 새로 창출하거나 재사용 반제품을 기반으로 창출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IT서비스 산업의 가치사슬은 첫째 서비스 전략의 수립에서 시작된다. 서비스 전략에서는 타겟 고객을 정하고,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건지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선정한다. 이때 신생 기업은 소수의 서비스 라인을 선택하여 집중함으로써,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혁신적 가치명제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공할 서비스 라인들이 선택됐으면, 서비스 공학(Service Engineering)을 통해 각 서비스 라인을 위한 표준 서비스 이행 프로세스(Service Delivery Process)를 제정하고, 그에 필요한 자원을 계획하여 확보한다. 가장 중요한 자원은 필요한 역량을 갖춘 전문가들의 확보와 신입 및 주니어 직원의 훈련 프로그램의 개발이다,
IT서비스 기업의 가치사슬
서비스 공학(Service Engineering)과 서비스 자원 관리(Service Resource Planning)를 통해 고객에게 제공할 서비스 라인이 준비됐으면, 이를 타겟 고객에게 마케팅(Service Marketing)하고 판매(Service Sales)한다. 서비스 판매 프로세스는 서비스 제공 기회(Service Engagement Opportunity)를 포착 내지 발굴하고, 사업 기회가 추구할 가치가 있는 지 검토(Opportunity Management)하고, 추구하기로 결정한 기회에 대해 솔루션의 설계(Solution Design)하여 제안서(IT Service Proposal)를 작성, 제출하고, 투찰한 사업 제안이 수주가 되면 IT서비스 계약(IT Service Contract)을 맺는다. 다음, 프로젝트 팀 구성 등 서비스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Service Resource Allocation)한 후, 서비스 이행(Service Delivery)에 착수한다. 사업 기회의 포착에서 서비스 제안 및 계약을 거쳐 프로젝트 착수, 이행 및 종결까지 프로세스가 서비스 사업 프로세스(Service Engagement Process)이다. 고객 서비스 프로젝트에서 창출된 산출물들과 경험은 서비스 공학(Service Engineering)을 통해 다음 유사 프로젝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사용 자산으로 가다듬어진다.
위 그림에 보여준 일련의 활동들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기업 내 조직과 직무에 명확히 할당하고, 각 활동을 수행하는 데 적용할 과업, 정보, 규칙 및 산출물을 명시하고, 준수하고, 개선해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
IT서비스 마케팅 프로세스
IT서비스 사업에서 마케팅은 B2B 마케팅으로 다음의 전략이 유효하다.
Reputation-Based Marketing: IT서비스 사업의 타겟 도메인(예컨대 은행 여신, MES, EHR)에서 최고의 Thought Leader로 존경 받는 시니어 전문가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IT서비스 프로젝트 성과에 대한 고객 증언(Testimonials), 온라인 후기, 고객 성공 스토리, Case Study 등을 통해 신뢰와 평판을 높여 나아간다.
Account-Based Marketing: 매출 및 수익 기회가 큰 고객(Account)들을 대상으로 각 고객에게 특화된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 고객 Coverage Plan을 통해, 주요 고객 별로 Account Manager를 지정해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끊임 없이 수주 기회를 발굴하도록 한다. 신규 고객을 확보할 때는 Land & Expand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즉 처음에는 작은 프로젝트부터 수주하여 감동적인 성과를 보여 주고, 다음 신뢰를 바탕으로 조금씩 더 큰 프로젝트를 수주해 나아가는 것이다.
Inbound Marketing: 타겟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가치 있는 Blog, SNS, SEO(Search Engine Optimization) 등 디지털 콘텐츠와 Webinar 등의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고객의 경영 개선 및 혁신 파트너로서의 존경과 신뢰를 쌓아 간다.
IT서비스 판매 프로세스
IT서비스 판매 프로세스는 프로젝트 기회의 발굴과 선택(Opportunity Generation & Qualification)에서 출발한다. 포착된 기회(Sales Opportunity 또는 Lead)에 대해 제안에 참여할 건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제안 참여의 의사 결정 기준은 고객 측의 예산, 투자 우선순위, 프로젝트 일정, 의사결정권자, 재무 안정성, 프로젝트 참여/ 협력 의지 등(BANT, CHAMP, MEFFPICC 등 사업 기회 선별 기준 참조)도 중요하지만, 벤더 측의 솔루션 구축 역량, 전략적 수주의 필요성, 구축 비용, 투입 인력 가용성 등도 철저히 검토되어야 한다.

납기 및 예산 범위 내에 고객의 만족과 성공을 달성할 수 없는 프로젝트에 무리하게 투찰하는 것은 벤더의 신용과 평판에 흠집이 생기는 행위로, IT서비스 사업에서 가장 피해야 할 행동이다. 선진 IT서비스 업체에서는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사업 기회의 추구 여부에 대한 의사 결정은 사업 추진 담당 부서의 단독적인 재량에 맡기지 않고, 전사 차원의 사업 기회 검토 위원회에서 사업의 재무적 성과를 책임질 시니어 임원, 사업 위험을 전문적으로 분석, 평가하는 위험관리자(Risk Manager), 해당 프로젝트 분야의 최고 전문가(Subject Matter Experts: SME)들이 참여하여 결정한다.
사업 기회에 참여하기로 결정이 되면, 고객의 요구 사항을 면밀히 조사, 분석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설계하고, 이를 제안서에 담아 제안 발표를 한다. IT서비스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제안서의 작성이다. 고객 요구 명세, 솔루션 아키텍처, 프로젝트 충원, 프로젝트 일정, 원가, 가격 등을 가능한 한 정확히 파악하여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선진 IT서비스 업체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프로젝트 제안 작업을 사업 추진 담당 부서의 단독적인 업무로 진행하지 않고,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전사의 최고 전문가(SME)들이 공식 근무 외 활동으로 최대한 도와주도록 되어 있다. 이는 IT서비스 사업과 같이 전문 서비스 사업에 속하는 병원에서 중환자를 진단하고 처치 방법을 정할 때, 담당 전문의 혼자서 결정하지 않고 관련된 분야의 전문의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여 결정하는 것과 같은 관행이다.
제안 발표를 하고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이 되면 협상을 통해 프로젝트 계약이 이뤄지며, 선진 IT서비스 업체들은 이 단계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위험관리자(Risk Manager)들이 참여하는 전사 계약 검토 위원회에서 계약의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아래 그림은 IBM Global Services사에서 수행했던 IT서비스 판매 프로세스이다. Accredited QA라고 불리는 사업 위험관리자(Risk Manager)가 사업 기회 검토, 제안서 작성, 계약서 작성 단계에 모두 참여하여 Go / No Go 의사 결정을 한다. 한편 해당 프로젝트 관련 최고 전문가(SME) 들은 제안 작업에 참여하여 기술적 지원을 제공한다. IT서비스 사업에서 판매 프로세스에 전사 차원의 위험 관리자나 SME 들이 참여하여 사업의 위험을 통제하고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IT서비스 판매 프로세스의 품질 보증(Quality Assurance) 활동이라 부르고, 위험 관리자와 SME들의 역할을 QA라고 부른다.

아래 그림은 IT서비스 프로젝트 제안 프로세스를 BPMN(Business Process Model and Notation) 2.0 모델로 자세히 보여 준다. 사업을 추진하는 Service Line 부서, 개발자, TA 등 사업 공통 역량을 제공하는 Shared Service Delivery 센터, 필요한 HW, SW제품 등을 구매해주는 Purchasing 부서,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사업 위험을 관리하는 QA 부서가 참여하여 협력해 가는 과정이다. 프로세스 모델에 보여준 일련의 활동들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다음과 같다: Organize information about the opportunity, Set the target price, Organize the proposal team, Identify detailed customer requirements, Elaborate the solution architecture, Elaborate the project-specific delivery process, Select vendors and products, Negotiate product and service prices, Develop the project WBS, Determine the project staffing, Estimate the schedule and cost, Review the project risk and margin, Write the proposal, Review the proposal document.

의사 결정이 일어 나는 Exclusive OR Gateway(안에 + 심볼이 없는 마름모)에서의 평가 포인트는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다음과 같다: Possible to redesign?, OK to write proposal?, 그리고 OK to submit. 프로세스의 끝은 빨간색 End Event로 표현되는데, 왼쪽 아래의 Engagement canceled 또는 오른쪽 위의 Proposal submission이다. 즉 제안을 포기하든 가, 아니면 고객에게 제출하든 가 이다.
솔루션 아키텍처, Delivery 프로세스, WBS, BoR과 견적
위의 IT서비스 프로젝트 제안 프로세스에서 솔루션 아키텍처 설계(Elaborate the solution architecture) 활동에서는 고객을 위해 구축할 정보시스템의 아키텍처를 설계함으로써, 서비스 이행 프로젝트(Service Delivery Project)에서 구축해야 할 고객의 비즈니스 프로세스, 데이터 베이스, 사용 사례, 시스템 컴포넌트 들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프로젝트에 필요한 활동, 역량, 툴, 재사용 자산 들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아래 그림은 보험사의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 사례이다. 그림에서 Customer Service와 Customer Database는 재사용 자산을 활용하고, API Gateway는 상용SW를 구매하고, Message Broker는 공개SW를 활용하고, Billing & Payment Service와 Analytics는 SaaS/PaaS 서비스에 가입하고, 나머지 컴포넌트 들은 개발할 계획임을 보여 준다.

개발해야 할 컴포넌트들에 대해서는 사내 표준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세스, 재사용 자산을 활용할 컴포넌트들에 대해서는 사내 자산 재사용 프로세스, 공개SW 활용, 제품 구매 및 서비스 가입할 컴포넌트들에 대해서는 각 유형 별 표준 구현 프로세스들을 적용한다. 아래 그림은 표준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세스의 사례를 보여 준다. 오늘날 글로벌 IT서비스 기업들이 많이 적용하는 Scaled Agile Framework(SAFe)를 간략하게 표현한 프로세스라 할 수 있다. 그림에서 Inception, Elaboration 및 Construction 단계들은 2000년대에 글로벌 IT서비스 기업들이 표준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세스로 적용했던 Rational Unified Process(RUP)의 용어이다. 글로벌 IT서비스 기업들은 그들의 표준 애플리케이션 개발 프로세스를 2010년대 중에 RUP에서 SAFe로 전환하였으나, RUP과 SAFe의 전체적인 프로세스 구조는 대동소이하다. 즉 전체 시스템에 대한 상위 수준의 요구 분석과 아키텍처 설계를 먼저 수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은 프로젝트 기간 중 여러 반복 사이클(보통 1 ~ 3 개월 사이클)에 걸쳐 시스템을 여러 번 구현/릴리즈 한다. 프로젝트의 PM은 해당 프로젝트의 특수성에 맞게 표준 프로세스를 테일러링 한다 (위의 "IT서비스 기압의 프로젝트 제안 프로세스 사례"에 포함된 Elaborate the project-specific delivery process 활동).

아래 그림은 구축할 시스템의 각 컴포넌트를 창출하기 위해, 어느 직무/역할이 어떤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지를 표준 서비스 이행 프로세스(Standard Service Delivery Process)에 입각하여 정의한 Work Breakdown Structure(WBS) 사례를 보여 준다. 이 WBS는 프로젝트 충원, 일정 수립, 원가 예측에 중요한 자료이다.

아래 그림은 위의 WBS를 기반으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원들과 그 추정 소요량, 추정 원가 등을 명시한 Bill of Resources(BoR)의 샘플이다. 이는 제조업에서 특정 제품에 필요한 원재료, 부품, 중간 제품 등을 명시한 Bill of Materials(BoM)과 유사한 문서이다. BoR은 직무/역할 별 소요 공수 및 원가, 필요한 SW제품,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용량과 원가, 이러한 자원의 사용 일정 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IT서비스 프로젝트의 투찰 여부 결정, 수주를 위한 제안 및 수행 계약에서 추정 원가를 결정하는 견적의 정확성이 원가 초과로 인한 수익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필요한 정확도에 따라 다양한 견적 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
투찰 여부 결정을 위한 개략적 견적(Top-Down Estimation)에는 유사 추정 (Analogous Estimation)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과거의 유사한 프로젝트의 실적 원가를 이용하여 개략적인 원가를 추정하는 것이다. 제안이나 계약을 위한 높은 정확도의 견적을 위해서는 Bottom-Up 추정 방법이 바람직하다. 위의 WBS와 BoR을 기반으로 시스템 컴포넌트 별, 수행 활동 별, 투입 자원 별로 과거의 실적 데이터를 이용하여 상세 수준의 원가 추정을 하는 방법이다. Bottom-Up 견적을 할 수 있으려면 모든 프로젝트의 실적 원가를 상세 수준에서 항상 기록해야 한다.
글로벌 IT서비스 기업들은 시간 관리 시스템(Time Management System: TMS) 을 가지고, 모든 직원이 예컨대 매일 15분 간격으로 무슨 활동을 했는 지 표준 과업 코드를 이용해 기록하도록 하며, 이러한 시간 관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활동 기준 원가 계산(Activity-Based Costing: ABC)을 적용하고 있다. TMS와 ABC를 적용함으로써 Bottom-Up 추정을 통한 높은 견적 정확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의 IT서비스 기업들도 ABC까지는 못하더라도 TMS는 반드시 적용해야 견적의 정확도를 높여 사업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이 외에 Top-Down 추정 방법으로, 애자일 개발에서 주로 적용하는 Story Point 추정, 전통적 Waterfall 방식의 Transaction Processing System 개발에 주로 적용하는 Function Point 추정, 과거 실적 원가 데이터에 통계 분석을 적용하는 매개변수 추정(Parametric Estimation) 방법 등을 보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IT서비스 프로젝트의 견적 프로세스 사례이다. Account Manager(AM), Project Manager(PM), Business Analyst(BA), Solution Architect(SA), Data Architect(DA), Technical Architect(TA), Cost Analyst(CA), Purchase Engineer(PE)가 협업 하는 프로세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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