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 도입의 성공 방안 (1): ERP의 본질 이해
- 박준성 박사: Univ. of Iowa 종신교수, 삼성SDS CTO, KAIST 초빙교수

- Nov 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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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국내 우수 중견기업에서 ERP 도입에 관한 조언을 해달라고 해서, 1시간 반 정도 아래와 같은 목차로 발표를 해드렸다. 여기서도 목차를 따라 글을 써 보기로 한다.

1. ERP 본질의 이해
ERP 도입에 성공하려면 ERP의 본질에 대해 이해를 하는 게 우선이다.
ERP는 전사 모든 부서에서 사용하는 정보를 하나의 개념모델과 DB 스키마에 통합함으로써 모든 업무가 개념적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ERP는 전사 모든 부서의 업무를 하나의 프로세스 모델로 통합함으로써 모든 업무가 실행적으로 연결되도록 한다.
전사 통합 개념 모델과 전사 통합 비즈니스 프로세스 모델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기법이 메타데이터관리(MDM)와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로, 이들은 2000년대 이후 선진 기업과 정부가 한결 같이 채택한 전사 아키텍처(Enterprise Architecture: EA) 관리 기법에서 비즈니스 아키텍처 뷰의 핵심 기법들이다.
한국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전사는 차치하고라도 부서 별로도 데이터 관리나 프로세스 관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ERP를 효과적으로 도입 안착시키려면, 그 이전에 부서 별로라도 업무에 사용하는 데이터와 워크플로우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이들을 명확하게 정의하려면, 데이터 경우 ER 다이어그램이나 UML 클래스 다이어그램, 프로세스 경우 BPMN 다이어그램 같은 국제 표준 모델링 언어로 정의하는 게 좋다.
ERP를 사용한다는 것은 현업 임직원들이 업무에 적용할 정보, 비즈니스 룰과 워크플로우를 스스로 최적으로 설계하고, 설계한 것을 표준으로 삼아 표준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그 설계를 끊임 없이 개선하여 경영 성과를 올려 가는 것이다.
업무의 설계, 표준화, 재설계를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것. 이 것은 한국의 대부분 중소기업에서 조직 문화의 일대 혁명이고, 따라서 이 것을 실제 추진하기로 하면, 일시적인 충격과 좌절을 각오해야 한다. 이런 충격과 좌절을 회피하면서 ERP를 쉽게 도입하면, 이는 곧 ERP를 현재의 조직 관행에 맞게 뜯어 고쳐서 쓰는 것으로, ERP의 도입 효과는 소멸된다.
ERP를 도입하는 이유는 현재의 업무 관행에서 벗어나, 선진 기업(예컨대, 글로벌 Top 50)의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GBP)를 채택하는 것으로, GBP는 2000년대 이래 이미 MDM과 BPM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ERP 투자 효과를 거두려면 MDM과 BPM부터 도입 정착시켜야 한다.
전사의 정보 및 프로세스의 설계, 통합, 연계, 표준화와 지속적 재설계가 가져 오는 가장 중요한 효과는 업무의 가치 극대화, 효율화와 자동화이다. 그럼 다음의 의문점은,
첫째, 왜 정보와 프로세스의 통합, 표준화, 재설계를 하는 게 경영 성과 극대화를 위해 필요한가?
둘째, 선진 기업들이 이런 설계, 표준화, 재설계를 통한 경영혁신 및 자동화를 왜 자체 노력에 의해 추진하지 않고, 제3의 ERP 벤더에게 의존하게 되었을까?

ERP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서 위의 질문에 답해 보고자 한다.
선진국에서 ERP가 처음 확산되기 시작한 건 1992년 SAP이 R/3를 출시하면서 부터이다. 왜 선진 기업들이 전사 통합 정보시스템을 종래와 같이 SI업체와 협력하여 자체 개발을 하지 않고, 제3의 업체가 개발해 놓은 패키지를 도입하여 구현하기 시작했을까? 자체 개발을 해야 자사에 최적인 시스템을 구축할텐데, 왜 이미 다 개발된 표준 제품을 사용할까? 이에 대한 대답을 모르면, ERP를 왜 도입하는 지 전혀 감을 못잡는 것이다.
1990년대 초는 구미의 모든 선진 기업이 메인프레임 컴퓨팅에서 클라이언트/서버(C/S) 컴퓨팅으로 정보시스템들을 재구축할 때였다. C/S의 도래는 기업의 컴퓨터 도입이 시작되었던 1950년대에 이래 최대의 컴퓨팅 패러다임 변화였다. C/S로 전환하려면 PC 사용, UI 개발, 서버 컴퓨터 사용, RPC 분산컴퓨팅, RDB 설계, SQL, 트랜잭션 관리, 패킷스위칭 데이터 네트워크, 이 모든 새로운 기술을 한꺼번에 쏟아 넣어, 전부 연결해야 했다. 이러한 생소한 기술의 어려움으로 많은 기업이 C/S로의 전환 프로젝트에 실패했고, 그 대안으로 C/S를 제대로 성공시킨 R/3를 도입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나 R/3가 각광을 받은 더 큰 이유가 있다: BPR!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은 정보시스템을 개발할 때, 기업의 기존 프로세스에 SW를 적용하지 말고, 기존 프로세스를 완전히 무시하고, IT 기술이 가능하게 하는 현격히 다른 프로세스를 새로 설계하여 SW를 적용하는 기법이다(Michael Hammer and James Champy, Reengineering the Corporation, 1993 참조).
메인프레임에서 가능했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C/S에서 가능한 프로세스는 현저히 다르고, 후자가 종종 70~90%의 원가 절감, 사이클 타임 단축 등 경영성과 개선을 가져온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미국의 모든 기업의 모든 부서는 BPR을 추진하였고, 그 결과 미국의 많은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급격히 향상되었다.
SAP은 많은 기업들을 연구하여 각 업무 영역 별로 BPR의 GBP(Global Best Practice)를 R/3에 구현했고, 기업들은 R/3를 소위 "Fit-to-Standard" 방식(SAP에 내장된 프로세스를 수정 없이 그대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도입함으로써, C/S 뿐 아니라 BPR의 GBP도 한꺼번에 실현하는 이득을 보았다.
IT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2000년대 이후로도 계속 파도처럼 밀려왔고(C/S --> Web --> Social --> Cloud --> Mobile --> Big Data --> IoT --> AI), 성공적인 ERP 벤더들은 제품의 지속적 업데이트를 통해 IT 신기술이 가능하게 한 BPR의 GBP를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제공해 왔다.
그렇다면, 어느 기업이든 전세계 최고의 ERP를 Fit-to-Standard 방식으로 도입하면, 단번에 최신 IT 기술 기반의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구현할 수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은 것이, ERP에 내재된 프로세스가 필요로 하는 데이터가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이 데이터가 선행 프로세스의 산출물일 경우에는 선행 프로세스가 ERP 표준 프로세스에 부합되어야 하는 등 필요한 조건이 많은 데, 국내 중소기업들이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조건들을 파악하고 갖춰 나아갈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그 것과 ERP의 필요 데이터 및 내재 프로세스들과의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즉 Fit / Gap 분석이 필요하고, 이 분석은 결국 MDM과 BPM 기법의 적용을 필요로 한다.
다음 호, "ERP 도입의 성공 방안 (2): ERP 사례--SAP for Chemicals"에서는 ERP에 내재된 메타데이터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실제 사례를 살펴 봄으로써, 독자들이 이번 호에서 얘기힌 ERP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심화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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